생각

15.08.03 생각저장

하늘노을 2015. 8. 4. 00:10


  

Kiss of the Spider Woman (novel) - 거미 여인의 키스


거미 여인의 키스

저자
마누엘 푸익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0-06-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레슬리 피들러 Leslie A. Fiedler(포스트모던 비평의...
가격비교

#들어가며

나는 책을 즐겨 읽기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않은편이고 또한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은 읽지 않을 정도로 책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읽고자하는 의지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읽었던 책들을 돌이켜봐도 그 책들의 대략적인 흐름은 기억해도 그 속의 등장인물 이름, 인과관계에 대해서 잘 기억나지 않았다. 또한 책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나는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찾지 못한채 그저 책들을 각각 한편의 이야기로 밖에 기억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책을 느끼고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조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자 앞으로 많은 책을 읽고 그 책의 이야기와 책에 관한 내 생각을 쓸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어제 다 읽은 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위 책은 나의 첫 생각을 담게 해준 책이자 내가 두 번정도 읽고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가독성이 있는 책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줄만한 책이다. 

#시작과끝

'거미 여인의 키스' 에서는 제목과 다르게 여성이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 아르헨티나이며, 등장인물은 비야 데보토라는 교도소에 수감된 두 죄수이다. 두 죄수는 각기 상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죄수 몰리나는 미성년자 보호법을 위반한 동성애자이고, 다른 죄수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수감된 정치범이다. 이 책은 이 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둘은 감방에서의 지루함을 달래고자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이에 몰리나가 봤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감방안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감방에서의 나날을 보내던 중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갔던 탓인지 서로의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먼저 발렌틴은 첫 번째 영화를 듣고 그 영화 속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매우 닮았음을 느끼고 그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에 몰리나도 자신이 좋아했던 한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원하는 남성상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발렌틴에게 설명한다. 이렇게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의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그 후 감방에서 나온 음식때문에 두 죄수는 한 사람씩 아프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몰리나가 먼저 아파 발렌틴을 간호하고 나중에는 발렌틴이 아파 몰리나를 간호한다. 몰리나는 발렌틴에 비해 비교적 덜 아팠던 것으로 묘사되며, 반면 발렌틴은 목숨의 위험을 느낄정도까지 고통을 느낀다. 이에 몰리나는 발렌틴을 위해 정성껏 간호를 하고 이 행위에 대해 발렌틴은 몰리나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느낀다. 발렌틴이 아픈 와중에도 몰리나의 영화이야기는 계속되며, 네번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무렵, 몰리나와 교도소 소장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몰리나와 소장은 서로 암묵적인 규약을 맺은 관계로 소장은 몰리나에게 가석방을, 몰리나는 소장에게 발렌틴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넘겨주는 관계로 묘사된다.하지만, 몰리나는 소장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발렌틴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며, 발렌틴과 함께 먹을 음식을 소장에게 요구하고 정보를 캘 수 있는데 까지 힘써보겠다고 거짓말한다. 이 후 음식꾸머리를 발렌틴과 나누어 먹으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몇 일이 지난 후 소장에게 또 호출되어 아까와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이렇게 소장은 몰리나를 믿으며, 그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상부로부터 받은 지시에 의해 몰리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게된다. 이에, 소장은 몰리나를 가석방 시키기로 결정하고 발렌틴은 후반부에 나오겠지만 몰리나가 떠난 후 고문을 당하게 된다. 한편, 가석방 전날에 몰리나와 발렌틴은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동안 쌓아온 몰리나와 발렌틴의 관계는 형언할 수 없을정도로 깊었고 이 날 몰리나는 발렌틴과 관계를 맺으며, 둘의 우정보단 사랑을 확인한다. 한편, 이와중에 몰리나는 발렌틴의 요구에 게릴라들을 위한 비밀작전을 하기로 약속하고 가석방 당일에 출소한다. 하지만, 비밀작전을 하던 도중에 몰리나는 정부의 감시로 인해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상점가에서 체포되었으며, 이 때 몰리나는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극좌파들에 의해 살해된다. 그 와중에, 발렌틴도 감옥에서 모진 전기고문을 받는다. 이에, 한 마음씨 고운 의사에 의해 모르핀 주사를 맞게되고 (정확하게 묘사되어있지는 않지만 아마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다.) 가사상태에 이르러 자신이 사랑했던 여성과 몰리나 혹은 거미여인을 생각하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로써 책은 끝을 맺게된다.

#생각

앞서 말했듯이 난 이 책을 두 번밖에, 혹은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째 읽는 순간에 내가 생각했던 것은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나? 였다. 이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다보니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두 죄수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 느꼈다. 이처럼 사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느꼈던 것은 두 죄수들이 아니라 책에 담긴 영화들의 이야기다. 난 이 책보다 영화에 매료되어 해설을 읽기전 영화의 이야기가 단연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 영화를 찾아 보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하지만 책의 해설을 읽고 난 후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해설을 읽기 전 내가 이 책에서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간략히 써보자면, 두 죄수의 안타까운 운명과 다소 흥미로웠던 몰리나의 영화이야기 그리고 지루하지만 지식제공을 해준 각주들. 반면, 해설을 읽고 난 후, 각각의 영화이야기와 각주들이 어떠한 의미로 쓰여졌고 또한, 인물들과의 관계에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인지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각의 영화는 몰리나가 발렌틴을 유혹하기 위한 또는 그를 계몽시키기 위한 장치로써 사용되었고 각주는 몰리나의 행동양상이나 혹은 그들만의 특성을 조금 더 구체적이게 풀어준 내용이였다. 두 죄수의 대화형식 역시나 마누엘 푸익의 고유 상표라 할 수 있는 <중고언어>였고, 이는 내가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데 도움을 준 결정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내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이야기는 다름 아닌 한 기자와 여배우의 이야기였는데 해설에 의하면 이는 두 죄수의 운명을 시사하는 요소이다. 이 이야기는 한 기자와 여배우가 서로 사랑하지만 많은 장애요소 때문에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슬픈 이야기이다. 이에, 발렌틴은 이렇게 말한다. "끝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야...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잃었지만, 적어도 일생에 한번은 진정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는 의미니까.". 이 부분을 생각해보면 마지막 가석방 전날에 발렌틴이 몰리나에게 느낀 감정을 시사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거미여인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거미여인은 다름 아닌 몰리나다. 책의 후반부에서도 묘사되었듯이 발렌틴이 거미여인에 대한 묘사를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자신의 진실된 사랑이라 생각했던 몰리나에 대한 묘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거미여인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잘 풀리지 않는다. 해설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한다. 거미라는 곤충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곤충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또한 거미가 내뿜는 거미줄은 사람에게도 성가실만큼 강한 흡착력을 지니며, 흔히 거미줄에 걸렸다라고 할 때에는 빠져나오지 못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생각해보건데 몰리나가 동성애자라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행동했던 배려와 친절 또는 영화이야기는 발렌틴을 끌어들이기위한 일종의 거미줄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거미와는 다르게 발렌틴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사랑스럽고 키스와도 같은 인상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구역질날 것만 같은 털이야. 하지만 스다듬으면 아주 부드러운 실 같을 거야. 그것을 만졌을 때 아주 인상적이였어" 이 부분을 보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거미여인의 키스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책에 나온 내용대로는 그저 몰리나에 행했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교묘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글을 쓰고 생각해보건데 아직까지 정리되지않은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의미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은 듯한 느낌이 있는 듯 싶다. 따라서, 해설을 다시 읽어보고 아무래도 책을 다시 정독하는게 이 책의 진정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